소용돌이 속으로의 추락

A Descent into the Maelstrom.
이 소설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Stroy within a story)이다.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배에서 살아남은 한 남자가 화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The Whirlpool, 1883 Illustration by J. Nash for ''A Descent Into the Maelstrom'' by Edgar Allan Poe.

화자는 소용돌이를 직접 보려고 노르웨이에 왔다.
소용돌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하는 일을 하는 노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믿기 힘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3년 전 그는 형제들과 함께 고기를 잡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모스코에스트룀 소용돌이에 휘말려 배와 함께 점점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완전히 죽게 된 것이다.
안간힘을 다해 배를 붙잡고 사투를 벌이면서 소용돌이로 점점 빨려들어간다.
그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던 소용돌이의 심연을 직접 목도한다.
그는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주변 상황에 강렬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는 희생을 대가로 하더라도 그 속 깊숙히 탐험하고 싶다는 소망을 강렬하게 느낀다.
배가 곤두박질쳐 당장 죽을 줄 알았지만 소용돌이의 안으로 띠를 따라 배가 옆으로 기울어져서 서서히 하강을 한다.
그는 그때 주변을 둘러보면서 느꼈던 경이감과 공포와 찬탄의 느낌을 잊지못한다.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관찰하다가 문득 이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린다.
그는 모스코스트룀에 빨려들어갔다가 내던져진 다양한 부유물이 생각났다.
대부분의 물체는 산산조각 나 있었는데, 그 중 부서지지 않은것도 더러 있었다.
그가 관찰한 규칙은 이러하다.

첫째는 물체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추락 속도가 빠르다.
둘째, 똑같은 크기의 물체 중에서, 하나는 구형이고 다른 하나는 각진 것이라면 그 둘중 둥근 물체의 하강 속도가 더 빠르다.
셋째, 두 물체의 질량이 같다면 그중 원통형인 것이 다른 어떤 형태의 것보다도 더 천천히 빨려 들어간다.


그는 물통과 함께 바닷속에 빠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계획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는 붙잡고 있던 술통을 풀어 몸에 묶고 바닷물 속으로 뛰어내렸다.
남자의 예상대로 기적적으로 소용돌이에서 무사히 빠져나와 살아남는다.
영혼의 세계에서 돌아온 그의 머리는 단 하루만에 하얗게 세어버렸다.
물론 사람들은 그의 경험담을 믿지 않는다.


소용돌이 속으로의 추락을 읽으면서 감탄이 나온다. 이러한 감성과 상상력을 어디서 영감을 받는 걸까.
마치 실제 겪었던 일처럼 묘사되어 있다. 거대한 소용돌이 안에서 보았던 말로 형용하기 힘든 일들이 정말 있을법한 일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실제로 볼 수 없는 바다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의 비밀스러운 미지의 세계를 마주하게되면 노인처럼 공포를 넘어선 호기심과 재미마저 느낄지도 모른다. 에드거의 상상력이 그려낸 사납고 아름다운 거대한 자연의 경이로움과 압도감, 죽음의 공포와 절망과 희망이 중첩된다.
에드거가 묘사한 소용돌이 안은 몽환적이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비밀 속에 감추어진 심연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또한 자연의 장엄함 앞에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죽음의 공포조차 인간의 이성과 호기심을 완전히 꺾지 못했다. 원문을 찾아보니 영어원문이 오래된 문체라 읽기 어려워 민음사 번역본을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번역이 그다지 편하게 읽힌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잘 와닿는 번역은 아니었다.